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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2.05.02 00:06

[권상집 칼럼] 손석희와 유재석

국민앵커 손석희와 국민MC 유재석을 위한 변명

▲ 손석희 (JTBC 제공), 유재석ⓒ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방송계에서 손석희와 유재석의 영향력은 가히 막강하다. 지난해 <시사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손석희 앵커는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2위에 예능인 유재석이 올랐다는 데 있다. 예능 MC인 유재석이 2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국내 언론의 현 주소를 반영한 느낌이다.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국민앵커와 국민MC가 뜻하지 않게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손석희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담 이후 양쪽 모두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쪽으로부턴 대통령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대담을 끝냈다며 비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석희 앵커와 대통령의 대담은 사실 다른 언론에서 볼 수 없었던 기품이 느껴진 인터뷰였다. 교과서적 답변이 아닌 대통령의 지난 5년을 성찰할 수 있는 그러나 중도 또는 반대편에서 궁금해 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질문을 손석희 앵커는 날카롭게 제시했다. 대통령도 자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답변한 수준 높은 대담이었다.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나타난 장면도 있었지만 대담은 8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확보했다. 참고로, 손석희 앵커는 JTBC 사장으로 취임할 때 사실, 공정, 균형, 품격을 항상 강조해왔다. 해당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담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균형과 품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정치가 양극화된 시점에서 진행됐기에 양 진영의 비난이 따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석희 앵커는 한 쪽 입장이 아닌 양 쪽 입장을 모두 견지하며 긍정적인 긴장감을 대담에 불어넣었다. 정치인에 대한 과한 팬덤에 대해 ‘지지하는 정치인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지지는 진정한 지지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진솔한 답변까지 대담을 통해 들려주었다.

국민 MC, 악플없는 유일한 방송인이라는 별칭까지 들었던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이유만으로 또 다른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양 진영의 비난이 이어졌다. 누구는 출연시키고 누구는 왜 출연을 막냐는 비난부터 당선인에게 무표정과 리액션이 부족한 제스처를 보였다며 MC로서 무례하다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모 정치인은 유재석에게 당시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 출연은 MC 고유의 권한도 아니고 제작진의 의사결정에서 모든 게 100%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유재석에게 전가하는 것이 온당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MC는 주어진 상황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무이다.

예능에서 활약하는 유재석에게 정치적 성향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건 그래서 과도한 요구이다. 출연자 섭외의 경우 특정 성향에 따라 거부된다기보다 시기, 상황, 이슈를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판단, 고려되기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현 시점에서 단언하기도 어렵다. 정치적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기준은 오히려 콘텐츠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손석희와 유재석 두 사람은 각각 방송의 핵심인 보도와 예능이라는 두 축에서 20년 넘게 최정상을 유지해온 인물이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려운 국내 현실에서 20년 넘게 호평을 받아온 인물을 정확한 근거 없이 정치적 잣대라는 주관적 기준으로 하루 아침에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건 옳지 않다.

물론, 국민이 정치에 관해 높은 이해도와 눈높이를 유지하는 건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모든 방송 콘텐츠를 정치적 관점으로 해석하면 결국 콘텐츠의 창의성과 생명은 위축된다. 유퀴즈 제작진은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시청자들이 격노했다고 하지만 제작진의 메시지는 시청자를 향한 변명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콘텐츠의 창의성과 생명이 위축되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달라는 호소에 가까운 메시지였다. 손석희와 유재석에 대한 비난을 지켜본 다수의 방송인, 제작진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방송 그리고 콘텐츠가 양 극단이 충돌하는 또 다른 대립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방송을 위축시키는 장애 요인은 과도한 정치적 해석에 있다.

방송이 위축되면 그리고 손석희와 유재석이 보도와 예능의 장에서 위축되면(둘이 위축될 일도 없겠지만) 그 피해는 오로지 시청자가 입게 된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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